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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츄얼 유튜버와 힙합, 불편한 연결고리

3줄 요약본을 미리 올린다.
1. 힙합은 한국에서는 억압/멸시받던 형태의 문화였으므로 엄연한 피해의식이 존재한다. 2. 단순히 내수용으로 즐긴것이 문제가 아닌, 힙합문화의 일종인 '사이퍼'라는 포맷을 통해 근본적 단어인 '힙합'을 언급하며 힙합의 문화를 존중하지 못한 컨텐츠 제작이 이루어졌다. 3. 이는 필자와 언더그라운드 힙합씬 일부 사람들의 의견이라 해도, 활발하게 토론되고 있는 주제인 ‘힙합’이라는 단어를 외부인이 건드린 상황이기에,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나올수밖에 없었다.
힙합은 예전부터 미디어를 통해 스테레오타입 형태로 많이 표현되어왔다. 무조건 사회적인 불편을 참지 않고, 무조건 욕을 하거나 화를 내고, 무조건 파마머리 혹은 헐렁한 바지와 헐렁한 티셔츠에 반쯤 바지를 내리고있는 형태로. 흔히 해커 하면 미디어에서 참고자료로 어두운 방에서 어두운 터미널창에서 초록색 글자에 이것저것 글자가 좌르르륵 내려가는 그런 창을 보고있는 해커를 떠올리는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할까.
조용히 굴복해야 하는것은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엔 현실이였다.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들은 큰소리를 낼 수 없었다. 개그맨들이 힙합스럽다 라며 우스꽝스러운 파마머리 그리고 선글라스를 쓰고나오며 현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형태의 개그를 하면 할수록 대중에게 있어 힙합이라는 문화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은 점차 심해져갔다.
개그뿐만이 아닌 오디션 프로그램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유명세/인기를 얻기 위하여 어떻게든 ‘관종’이라고 부르는 형태의 사람들을 더욱 더 띄우는데 열중하였고 이를 통하여 프로그램의 유명세 그리고 음악 채널의 돈벌이 수단으로 가볍게 전락해버렸다. 물론 이로 인해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씬 자체가 수혜를 받은것 역시 사실이지만, 힙합씬 내부에서의 강한 비판과 출연거부와 같은 형식의 나름의 반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힙합이 언더그라운드 문화로써 자생할 수 있게 되었고, 갖게된 파급력은 얼마 되지 않았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디어들은 힙합을 돈벌이수단으로 철저히 쥐어짜내며 이미지를 악화시켜왔다. 그렇게 힙합씬의 사람들은 고슴도치가 되어 커져가는 몸집과는 다르게 누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방어기제를 펼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힙합’문화가 갖고있는 ‘사이퍼’라는 포맷을 이용하며 ‘힙합’이라는 범주 안의 컨텐츠를 만든다면, 그리고 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것들을 건드린다면, 좋던 싫던 그 힙합 안에서 평가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Video preview
문제가 된 이세돌(이세계 아이돌) 사이퍼
 
힙합 문화의 소비자/창작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부분은 바로 ‘힙합’이라는 단어 자체다.
‘힙합’은 아직도 언더그라운드 래퍼들끼리도 많은 이야기를 하며 아직도 제대로 “한국에서의 힙합은 무엇이냐”라고 하는 상황에, “내가 힙합” 같은 표현은, 통아저씨 보드게임에서 남은 한개의 칼을 빼버린것이나 다름없는것이 되었다.
물론 처음에 언급했던 스테레오타입으로 비추던 미디어들조차도 “내가 힙합”이라는 표현을 너무 많이 써왔기에 거부감이 없었던것이겠지만, 목소리를 내고싶어도 낼 수 없는 대형 미디어가 아닌 서브컬쳐 부류의, 즉 언더그라운드 문화안에서 이런 일이 터지는 상황이 된것이다.
 
힙합씬 사람들이 버츄얼 유튜버에 맹목적인 비난을 하며, 문화에 대한 존중이 없고 모욕하는 행동을 취한다면 이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존중 없이 “우리끼리 모여서 랩하는데, 니들이 왜 불편해해?” 라는 말은 애초에 상대 문화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제는 깔리지 않은 의견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런 행동을 부끄러워 하라는것은 아니다. 나조차도 그러지 못한 날들이 꽤 되었었기에, 두 문화가 타 문화를 존중하고 서브컬쳐를 넘어 메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날들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더그라운드의 문화로써의 버츄얼 아이돌과 힙합은 이렇게 한번 충돌하게 되었다. 그리고 얕게는 문화 향유자들의 편견과 오해, 그리고 깊게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그동안의 고초와 두 문화가 가져야 할 자세를 적어보았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독자들만큼은 필자의 이러한 주장을 가볍게 넘기지 않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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