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 분명히 Short Post에서 작성중이지만 블로그에 올릴것이다. 너무 길다고 당황하지 마시라.
떠나기 전에
미디어에 길들여진 환상이라고 해야될까. 어릴때부터 주말마다 틀어주던 미국영화, 보고 자라온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비디오게임들의 미국을 주제로 한 배경, 그리고 마블의 히어로 영화. 미국이라는 나라는 나에게 있어서 환상의 존재 그자체였지만, 어딘가 막연하게 도전하기에는 두려운곳이였다.
그러던 와중, 자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프리랜서 작업을 병행해도 수익도 마이너스가 찍히던 와중에, 역대급 손실을 보게 되어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이제 더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것은 무의미하다” 라는 종착지에 도달했을때, 에어프레미아의 뉴욕 옆동네(실제론 서울↔천안수준 될까?)인 뉴어크(Newark, EWR)행의 비행기표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것을 인터넷에서 보았다.
“내 환상의 집합체, 미국에 가자”
라는 생각을 현실로 옮기기에 모든게 모자라지 않았기에 주저없이 가기로 결정하며 미국에서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친구에게 “나 미국간다” 라고 떠보았을때, 웬걸, 진짜로 나 올때 맞춰서 오겠다고 말을 해줬다. 그래서 큰생각 안하고 미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러면서 나름 다짐을 몇개 하고갔는데
머리가 복잡한 상태로 가는것이니, 절대로 복잡하게 생각하며 다니지 않기로 했다
가기 전에 언어 공부는 일체 하지 않는다
과연 내가 이런 비교적 외딴 환경에서 잘 적응해나가며 살 수 있을까를 확인하자
카메라는 안꺼내더라도 들고다니며 최대한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촬영의 기회가 다가올때, 주저없이 카메라를 들 수 있도록 준비하자
정도.
출국편 비행기
출국 당일, 캐리어 하나와 차키와 카메라가방, 그리고 보조가방을 들고 공항에 가기 전 BMW 드라이빙 센터로 향했다. BMW의 에어포트 서비스를 이용하여 주차 및 차량 보관 그리고 차량 정비가 가능해서, 기왕 맡기는 김에 에어포트 서비스도 같이 진행하자 라는 마음으로.
인천공항 주차료가 일 2만원대인걸 생각하면 8일에 해당하는 비용이 정비비까지 포함하면 그렇게 비싸지 않다고 생각해서, 주저없이 신청했다.
그렇게 드라이빙센터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서비스를 받고,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는 저녁을 먹기 위해서 마침 국민카드에서 진행중이던 “인천공항 100원 식사 이벤트”를 하러 김치찌개를 먹으러 갔다.
후기는 맛이 생각이상으로 없었다. 기름진것도 기름진건데 고춧가루가 엄청 많아서 그런지 기내에서 화장실을 몇번을 간지 모르겠다. 그래서 귀국하고 와서 찾아보니까 다른 메뉴들도 평이 최악이더라. 나만 당한건 아니라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었다.
그리고 출국장에서 라이엇게임즈 부스에 방문했는데, 롤과 발로란트에서 도전하여 목표를 달성하면 굿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하고있었는데, 발로란트는 FPS를 워낙 내가 못하니 그렇다 쳐도, 롤의 경우 봇과의 바텀라인에서 1:1 라인전에서 스로잉해서 오버파밍까지 하는걸 감안해서 이벤트 컷을 높여버리는건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뭔가 해보면서 계신 직원분이 3번의 기회를 주시면서 설명까지 해줬는데, 첫번째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두번째는 힘들었고 세번째는.. 그냥 한숨만 나오더라.
뭔가 도전의식보다 “이렇게까지 주기 싫은건가” 라는 생각이 들던 부스였다. 알고보니 너무 상품을 받아가는 사람이 많아서 컷을 올렸다는데 너무 올린거 아닐까.
기내에 반입가능한 사이즈의 물병과 기념품 티켓. 기념품 티켓은 아직 잘 보관하고있는데 기념품까진 솔직히 모르겠다.
비행기 안에서는.. 사진찍을 겨를도 없이 지옥이였다.
탑승한 항공사는 에어프레미아로, 기존 일반 항공사들에 비해서도 상당히 여유로운 앞뒤 간격을 셀링 포인트로 내세우는 저가항공사다. 그래서 이코노미에도 프리미엄 이코노미 이런식으로 구분짓던데, “이코노미면 이코노미지 뭔 프리미엄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대략 일반 일코노미 좌석과 편당 30정도의 금액차이가 나더라.
비행기 편의 좌석 여유로움은
비행기에서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태계일주)를 오프라인 다운로드로 받아서 보고, 수면용으로 일론머스크 전기를 받아놓고 여러모로 노력했지만 태평양에서 태양을 직빵으로 맞으면서 비행기를 타다보니 컨디션이 급속도로 최악으로 치닫았다.
게다가 요즘 비행기들은 커튼을 전자식 형태로 도입하다보니, 완벽한 햇빛차단은 이루어지지 않는것이나 다름없었고 아무리 한없이 낮춰도 뚫고들어오는 태양빛은 나를 피곤하고 짜증나는 각성상태에 이르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안그래도 저가항공임에도 장거리비행편이 많은데, 이런것에 대해서 생각좀 해줬음 좋겠다. 도착하자마자 까먹지 않고있던건 귀국편 비행기의 좌석은 무조건 가운데의 복도쪽 좌석으로 지정했다.
미국에서의 첫날 그리고 다음날 아침까지.
뉴어크공항에 도착할때 현지 시각이 대강 오후 10시경으로 기억한다.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반기는건 입국심사대의 긴 줄. 미국 시민권자들은 바로 패스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부럽다”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었다. 입국심사에서 정말 긴장하고있었는데, 그냥 “왜 미국에 왔어?” 라는 정도의 간단한 질문만 받고 공항 밖을 나서기까지 총 2시간이 걸렸다. 와오.
공항 밖을 나서서도 순탄하게 모든 일이 흘러가지 않았다.
공항이 상당히 큰 규모라 안에 모노레일이 있었는데,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해서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 역으로 이동해야 했었다. 그렇기에 모노레일을 타는 티켓을 끊고 분명히 그 장소로 가는 열차라고 해서 탑승했는데 갑자기 엉뚱한곳으로 가더니 이상한곳에서 내려주었다. “진짜 이러다가 공항에서 노숙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 다행히 약간의 사소한 문제였는지 30분뒤에나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하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출국 직전까지 헷갈렸던 예약해놓은 호텔의 이름을 또 헷갈리는 실수를 해서 다른 호텔의 셔틀버스를 탈뻔했고, 우여곡절 셔틀버스까지 타고 도착하자마자 체크인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크레딧 카드 꽂으세요라는 직원의 한마디에 “잉?” 하면서 반쯤 비몽사몽한 나는 그냥 늦게 들어와서 그런가보다 하고 50달러정도의 추가비용을 결제한다고 하길래 ‘왜 돈을 받는거야 늦게 체크인한다고 그런건가?’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결제했다.
호텔 로비의 안내직원은 영어권 국가의 여행이 처음인 외국인에게는 정말 고난이도인 상당히 나근나근 그리고 잘 못알아듣게 영어를 말하는 편이였기에, 그냥 예스 예스 오케이 오케이만 외치면서 바로 숙박에 나섰고, 피곤한 몸을 뉘이기 위해 바로 씻고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호텔 체크인하며 낸 비용은나중에 친구한테 물어보고나서야 보증비라는걸 알게되었다. 물론 다 잘 취소되었더라.)
숙소는 딱 그냥 한국 비즈니스 호텔 수준인데, 더블베드라서 그런지 200불정도를 줬던걸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좀 시설 안좋아도 후미진곳으로 간다? 바로 노숙자들과 함께하는 숙박이 분명했기에 별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다행히 보일러는 잘 나왔고, 숙소의 청결도도 크게 불만은 없었기에 씻자마자 바로 다른 생각할 겨를없이 침대에 누웠다. 비행기 안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잔 덕택인지, 아니면 그냥 힘들어서 그랬는지 다 모르겠지만
그리고 새벽 6시에 바로 눈이 떠졌다. 실질적인 수면 시간은 대략 5시간? 정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이였다. 새로운 환경때문일까, 아니면 바로 옆에 고속도로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내 평소 수면패턴이 새벽 3시~6시 취침이라 그럴까, 그 모든것도 아니였다면 모든게 설레고 기대되던 내 긴장감 때문이였을까.
잠을 깨려고 티비를 틀어도 나오는 모든것들이 새로웠고, 아시아 문화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있다는 무언가의 기대감, 흥분감이 드디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문화권에서 벗어남을 알 수 있었던 TV. 뉴스를 틀어도 코스닥 코스피 지수가 아닌 나스닥, S&P 500같은 지수와 함께 미국의 길이 측정 단위중 하나인 피트와 동부시각 기준(ET)가 보인다. 완전히 다른 비주얼과 완전히 다른 느낌들로 인해 진짜 미국에 왔구나 실감할 수 있었던것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한참 울려대는 카톡을 통해 이곳의 새벽 6시가 한국에선 저녁 8시경이란걸 깨달았을때, 집에 안부전화를 걸기 위해서 보이스톡을 통해서 전화를 걸며 잠기운을 완전히 깼다.
아침 7시경 호텔에 조식을 신청하지 않았기에 조식은 무시하고 호텔 직원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넨 뒤,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돌아갔다.
셔틀버스가 상당히 낡고 서스펜션인지 버스 차체 그자체인지 삐걱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팔려서 그냥 제발 살아서 돌아가기만을 기도했다.
그 뒤에 공항의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공항과 연결된 뉴어크역으로 가는 기차를 우여곡절 끝에 탑승 후에 갈 수 있었다.
미국에서 2일차, 뉴욕에서 1일차.
그렇게 뉴욕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약 한시간정도를 지났을때, 아주 비좁은 지하 통로를 지나 어느정도 바깥의 빛이 보일때, 뉴욕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도착한곳은 펜실베니아역(Penn Station)이였다. 한국으로 치면 용산 포지션의 역이라고 해야될까. 상당히 깔끔한 내부와 많이 연결된 기차와 지하철이 인상적이였었다. 여기서 바로 나오면 메디슨 스퀘어 가든이였지만, 일단은 짐을 먼저 놓고 이동하는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숙소에 짐을 맡기기 위하여 렉싱턴가 53번역으로 갔다.
모든것이 낯설고 막막한 상황에서, 일단 숙소 체크인 시각이 되지 않아서 캐리어를 맡겨야 한다는걸 알고 숙소까지 가는 길에 구글에 급하게 “호텔에 캐리어 맡길때 영어” 를 검색하고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 이때 캐리어라는 말보다 러기지라는 말이 입에 달라붙게 되었다.
모든 풍경이 새롭고 신선한 와중인지
미국에서 3일차, 뉴욕에서 2일차.
미국에서 4일차, 친구와의 만남.
친구와 같이 쓰던 숙소는 뉴욕에서 나름 유명한 소호거리쪽의 숙소였다.
미국에서 5일차
미국에서 6일차이자 마지막날.
그렇게 친구에게 친애의 뻐큐를 날리고 나는 다시 뉴왁 에어포트를 향하는 기차에 몸을 맡겼다.
귀국편 비행기
귀국편은 다행히도 가운데 자리 복도석으로 앉았기에 비교적 직사광선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가 준 안대 덕분에 고맙게도 엄청나게 쉽게 잘 수 있었다.
난 장거리 비행이 이렇게 체력이 소모가 엄청 심한지 몰랐고, 모든것이 불편한지 몰랐었다. 돈주고서라도 비즈니스석을 타는 이유가 있다는 말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단지 앉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날라가는 느낌이 어떤건지 쉽게 알수있었다.
그리고 이 실수는 삿포로에서도 반복된다. 조만간 작성할 삿포로 후기를 보시면 아실 수 있으실거다.
한국에 돌아와서
원래 이것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그냥 모든 운이 나빴었어서 좀 한풀이겸 써보려고 한다.
일단 첫번째로는, 누가 출국편 통로의 대리석 바닥에 침을 뱉어놨는데, 그 뱉어놓은 침을 밟고 그대로 미끄러졌다. 그 덕분에 앞으로 넘어지면서 무릎에 멍이 들었는데, 그 뒤도 조심했어야했다.
두번째로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겨놨었다. 높은 인천의 주차비용을 생각하면 bmw의 에어포트 서비스를 맡기며 그와 동시에 차량을 정비하는게 낫지않나 싶었기 때문이다.
새벽 5시경 차를 되찾았을때, 서비스센터측에서 라이트를 오토에서 꺼두는걸 몰랐었다. (난 상당히 밝길래 데이라이트 등이 아니라 전조등이 켜진줄 알았다) 그것도 모르고 새벽 5시에 bmw 드라이빙 센터에 있는 회전교차로를 돌다가 시야가 확보가 안되어 휠만 두짝 다 해먹는 기염을 토했다. 불행중 다행은 하부손상 있는지 이번에 윈터타이어 끼면서도 사이드스커트라던가 휀더쪽이라던가 전부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찍힘하나 없더던게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